한국 특수교육 이끈 3代, 이영식 목사, 이태영 박사와 대구사이버대 이근용 총장
- 부·자·손 3대에 걸친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
- 학교법인 영광학원, 대구대와 대구사이버대, 6개 특수학교
- 한국 특수교육의 메카로 자리매김
한국의 특수교육을 이끈 3代. 이영식 목사, 이태영 박사, 그리고 대구사이버대학교 이근용 총장.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 사회사업가인 고(故) 이영식 목사는 해방 후 소외된 장애인 교육을 위한 특수학교인 대구맹아학원을 설립했다. 오늘날 한국 특수교육의 시작이자 현 대구대학교의 모태다.
불모지였던 한국 장애인교육에 씨를 뿌리고 초석을 놓은 ‘선각자’ 이영식 목사의 뜻을 이어받은 고(故) 이태영 박사는 특수교육의 체계를 만들고 확립한 인물이다. 사회복지와 특수교육, 장애인재활 등 총체적인 복지 구현을 위한 특수학교를 여럿 세우고 특수교육진흥법 제정에 앞장섰다. 장애인 교육에 일생을 바친 ‘선구자’적 행보였다.
조부와 부친의 뜻을 이어받은 이근용 총장은 시대적 소명에 따라 특수교육과 사회복지 분야의 다양한 활동을 확산, 발전시켜 오고 있다. 국내 최초로 발달 장애인을 위한 고등교육 전문기관 K-PACE센터를 대구대에 설립했고, 학교법인 영광학원이 대한민국 특수교육의 메카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도록 힘을 쏟고 있다.
이근용 총장을 만나 3대에 걸쳐 대한민국 특수교육 발전에 헌신한 눈물겨운 역사를 들어본다.
대구대의 역사에는 장애인들을 비롯한 소외받은 사람들에 대한 지극한 관심이 근저에 있습니다.
“조부 이영식 목사님께서 그저 평범한 교회 목사님 같았으면 오늘날 장애인이나 소외 계층을 위한 학교가 설립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저도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1920년대 말 조부께서는 일본 고베신학교 해외 유학파 신학교 졸업생이었고, 좋은 조건으로 당신이 고학하면서 종지기였던 서문교회에 당당히 목사님으로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부귀를 내려놓고 한센인 마을인 ‘애락원’으로 가서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조부님의 이러한 정신이 없었다면 남들이 생각조차 하지 않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인이 설립한 특수학교(대구맹아학원)가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대구대도 없었을 것입니다
<사진> 이근용 대구사이버대 총장
<사진> 한국 특수교육의 발전을 이끈 3대. 이영식 목사(앞줄 오른쪽), 이태영 박사(앞줄 가운데),
이근용 총장(뒷줄 왼쪽에서 두번째), 이근민 교수(뒷줄 왼쪽에서 세번째)(1981년 촬영)
대구대는 장애인교육을 처음 도입하고 체계를 세웠습니다. 특수교육의 메카로 성장한 대구대를 비롯한 학교법인 영광학원이 운영하는 특수교육의 현황은?
“세계에서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던 맹아학교가 이렇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특수교육, 사회복지, 재활과학에 특성화된 종합대학으로 발전한 것은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특별한 일입니다. 대구대가 출발했던 현재의 대명동 캠퍼스에는 5개 특수학교가 있습니다. 외국의 특수교육 관련 학자들도 5개 장애 영역의 특수학교가 한 곳에 함께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구광명학교, 청각장애인 교육을 위한 대구영화학교, 지체부자유아 교육을 위한 대구보건학교, 지적장애아 교육을 위한 대구보명학교가 있고, 1982년 62명의 생명을 앗아간 ‘우순경 총기 난사 사건’ 충격으로 설립한 정서 행동장애아 교육을 위한 대구덕희학교가 있습니다. 또 포항에도 법인 산하 특수학교인 명도학교가 있습니다.
아시아 유일의 발달장애인 고등교육기관인 대구대 K-PACE도 2011년 설립돼 현재 60여 명의 학생들이 대학 기반 교육기관에서 비장애학생들과 똑같이 기숙사 생활도 하고 대학의 여러 시설들을 공유하면서 대구대 재학생과 함께 고등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대구대는 현재 2만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특성화 종합대학으로 그 명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대구맹아학원이 설립한 맹아학교를 모체로 하는 특별한 소명으로 출발했지만 대구대는 특수교육이나 사회복지, 재활과학 분야 특성화에만 안주하지 않고 여러 단과대학 별로 상생하며 융복합에 기초한 다양한 발전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역대 총장들께서 대구대의 건학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랜 분규로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대구대를 잘 알고 진정한 건학정신을 계승하실 수 있는 박윤흔 이사장님(전 대구대 총장)이 정이사 체제의 이사장으로 선임됨으로써 대구대와 학교법인 영광학원의 발전에 큰 희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모든 구성원들이 반기고 있습니다. 또 1년 전 새 총장으로 당선된 김상호 총장 역시 우리 대학이 제일 잘 하고 오랜 역량을 가지고 있는 특수교육, 사회복지 분야의 특성화를 위해 불철주야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시고 계십니다.”
발달장애 청년을 위한 고등교육 전문기관인 PACE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2003년경 미국에 잠시 머물 때 스승인 Janet Lerner(미국의 학습장애학 분야의 대가) 교수님께서 퇴임 후 National Louis 대학 PACE센터에서 장애인을 위해 봉사를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센터에서 운영하는 ‘PACE(Professional Assistant Center for Education)’는 대학기반 환경에서 소위 경증 즉 경계선급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었습니다.
PACE는 뉴욕대학과 이스라엘에 있는 학자들이 공동 연구해서 만든 프로그램으로 생활지도, 인턴십, 교육 등 3가지 영역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1988년 이후 그곳에서 출발하여 많은 대학까지 확산되었고 UCLA의 Pathway 프로그램, IOWA 대학의 Reach 프로그램, Texas A&M 대학의 Aggie ACHIEVE 프로그램 등 주요 대학에 이러한 프로그램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대구대는 2011년 2월 평생교육원 산하에 부설 K-PACE센터를 개소했습니다. 특수교육, 재활과학, 사회복지의 메카로서 우리 대학에서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최초의 3년제 고등교육지원을 시작한 것은 지극히 마땅한 일입니다. 어떤 분들은 우리 대학의 K-PACE센터를 ‘명품’ 발달장애인 고등교육 전문학습 시스템이라고 칭찬해주십니다.
이 프로그램의 최종목적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취업이고 자립입니다. 3일은 교내외 인턴십을 수행하고 2일은 학교에서 공부를 합니다. 어엿한 대학생으로서 수준을 맞추고 그들에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전관리’라는 과목을 통해 계획적으로 돈을 사용하고 과다한 지출을 억제하는 것을 배우도록 합니다. 집에서는 부모님이 대신 다 해주는 청소하기, 빨래 같은 일상생활 방법을 기숙사 생활을 통해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문제 해결방법도 배웁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위한 알람 설정, 수업을 가기 위해 일찍 자고 일어나는 방법 등도 배웁니다.
교내 인턴십은 대학 내 행정실이나 연구소, 편의점 등에서 진행해 2~3학년 때 있을 교외 인턴십을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인턴십을 통해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체험하고 탐색하는 과정으로써 졸업 전 3가지 이상의 인턴십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사진> 2011년 열린 K-PACE 개교식
한국의 K-PACE가 발달장애 청년들을 위해 어떤 고등교육 전문기관으로 발전되길 바라시는지?
“제가 대구대에 K-PACE 과정을 설립했지만 앞으로 많은 대학이 동참해 지역마다 우리 발달장애인을 위한 고등교육 과정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다 많은 장애인이 대학 기반의 환경에서 많은 도움을 얻고 명실공히 나이에 걸맞은 어엿한 대학생으로 취업 준비도 하고 수준에 맞는 학업도 수행해 졸업 후 사회인으로 진출하면 좋겠습니다. 미국에는 주요 대학에 우리와 같은 발달장애인 고등기관이 약 150군데 설치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발달장애 학생들에게도 평생교육법에 의하여 운영하는 기관이나 정규 대학에서도 학자금 대출이나 직장에서 학자금 지원을 해주는 것 같은 배려를 국가 차원에서 해주면 더 많은 이가 입학하게 될 것입니다.”
총장께서는 특별히 그룹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계시는데?
“특수학교와 사회복지 측면에서, 우리 장애인들의 수명이 길어지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적 수준과 신체적 수준에 맞게 직업을 가지고 오래 오래 살도록 나라가 재정적으로 개입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의 수고를 덜어드릴 수 있는 그룹홈을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수학교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특수학교가 필요하다면 저는 시내 한복판에 소재하면서 대명시장이 근접해 있는 대구대학 부속 특수학교 같은 경우를 선호합니다.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어도 인적이 드문 곳이나 외곽에 있는 것보다 시내에 위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통합된 사회적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어야 하고, 시각이나 청각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경험해야만 정서적으로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무교육이 끝나는 시점에서 직장을 갖는 장애인도 있지만 장애가 심해 시설에 들어가야 할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이 자녀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도록 평생을 가족 같이 잘 돌봐줄 수 있는 그룹홈과 같은 기관에 입소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그룹홈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는 수준에 맞는 복지관으로 이동해 소일을 하고 다시 그룹홈으로 돌아오며, 주말에는 부모님이 방문할 수 있는 체제로 정착되어야 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일하던 재활시설은 국가로부터 많은 예산을 지원받아 수십 개의 그룹홈을 운영하고 대형 복지관 형태의 시설을 운영하면서 장애인들이 지적능력 및 연령별로 맞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합니다. 장애인들이 충분한 지원 아래 돈도 벌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부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대구대와 학교법인 영광학원이 수년간 내홍을 겪었습니다만 최근 완전한 정이사 체제를 갖추고 새 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재단 분규로 인해 임시이사가 부임하고 2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임시이사님들도 어려운 가운데 학교 경영 및 여러 분야에서 맡은 일을 잘 수행해 주셨습니다만 임시이사 체제라는 한계 때문에 대구대의 발전이 그만큼 늦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부터라도 학교법인 영광학원 정이사회는 그동안의 자산관리, 산하 교육기관 지원 등 임시이사 체제 하에서의 한계성을 극복하는 일에 직접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산하 교육기관의 발전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도 임시이사 파견 대학이 어렵게 정상화 된 경우에는 그 책무성을 일정기간 유예시켜 주시면 어떨까 조심스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대구대는 지난 수년간 국공립 중등교사 임용고사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경북교육감이 되려면 대구대를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대구대 사범대학은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의 사범대학으로서 임용고시 합격률 최고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특수교육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구대 특수교육학과를 나와야 한다는 말까지 있습니다.
대구대는 2018학년도 국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전국 사립대학 중 최다인 302명의 합격자를 배출했고 나아가 교원임용시험 수석합격자를 최근 두 번이나 배출했습니다. 좋은 결과들이 그 같은 칭찬을 뒷받침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임용고사반을 운영하고 지원해주는 학교 당국과 열성적으로 임용고사를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지지해 주는 학과 교수님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성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대학저널]
"한국 특수교육 이끈 3代, 이영식 목사, 이태영 박사와 대구사이버대 이근용 총장"
http://www.dh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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