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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송유미의 가족 INSIDE] 아이 싸움, 어른 싸움
글쓴이
홍보담당
작성일
2020.09.18
조회
28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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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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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미의 가족 INSIDE] 아이 싸움, 어른 싸움

  송유미 교수
송유미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이들 감정에 부모감정 휘둘려선 안돼

자신의 삶 살도록 돕는 게 부모가 할 일

 

지난 주말 더위도 피하고 휴식을 취할 겸 들렀던 북카페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옆 테이블에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두 명의 엄마 A, B와 초등학교 4~5학년 또래의 A, B의 딸 a, b가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이 되어도 안 나온 탓인지 엄마 A가 전화기에 대고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나오라고 했다. 잠시 후 또 다른 엄마 D와 딸 d가 카페에 들어섰고 6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a, b, d는 같은 반 친구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엄마 A는 다짜고짜 목소리를 높이며 d에게 ○○, 너 왜 아줌마 전화를 안 받아? 너 다른 아이들한테 우리 ○○ 하고 놀지 말라고 했다면서? 왜 그랬는데?” 필자는 금방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한 딸 a를 대신해 엄마 A가 마치 구원자라도 된 양 열심히 혀를 내둘렀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었다.

 

엄마 A는 딸의 친구 d에게 왜 그랬는지 물으며, 딸을 대신해 입장과 생각 그리고 감정 등을 전했다. “너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은 그런 뜻이 아니었을 거야. 너희들이 오해한 거야. 너희들과 떨어져 혼자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 아줌마의 마음이 어땠는지 알아?” 실컷 성토하고 나서 감정이 좀 가라 앉았는지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필자가 가만히 듣고 있자니, a와 친구 b, d들 간의 일인지, 엄마 A와 딸의 친구 b, d들 간의 일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당사자인 딸 a도 엄마 A와 같은 입장이었을까? 생각도 감정도 같을까? 궁금했다.

 

d의 엄마인 D는 한동안 팔짱만 낀 채 가만히 지켜보더니 상황판단이 끝났는지 팔짱을 풀며 A씨의 말을 끊었다. “근데요, ○○엄마. 어린 애들에게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이가 평소 우리 애한테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우리 애의 입장과 생각도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 애가 저렇게 쫄고 있잖아요?” 저러다 어른 싸움이 될 것 같은 위험 신호를 느꼈다. 엄마 D는 딸 d를 대신해 엄마 A와 얼마 동안 말씨름을 하다가 결론이 이렇게 났다. “너희들(a, d)은 서로 성격이 안 맞으니 같이 놀지마. 딴 친구들이랑 놀아대단한(?) 엄마들로 보였다. 친구관계를 한마디로 정리해 버렸다. 마치 재단사라도 되듯 말이다.

 

필자는 계속 아이들의 모습을 힐끔힐끔 살폈다. 딸들인 a, b, d는 어른들의 말다툼이 되어 버린 것에 답답했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깊은 숨만 들이켰다 내뱉었다. 무력해 보였다. 아이는 꼭 엄마의 소유물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이러한 엄마들의 태도는 아이들의 인생을 망치는 태도다.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태어났고,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자라는 대로 그렇게 놓아두면 아이들은 잘 자란다. 살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해 주면 아이들은 잘 자란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해결하는 과정에서 설사 원치 않는 감정을 얻었더라도 그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그러나 A, D와 같은 엄마들은 먼저 아이의 그 원치 않는 감정을 용납하지 않는다. 분명 아이의 감정일 텐데 어느새 엄마 자신의 감정이 되어 버려 아이보다 더 흥분한다. 이때 아이는 원래 자신의 감정보다 더 증폭되어 엄마의 감정선까지 끌어올린다. 이런 엄마를 누가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이러한 엄마를 둔 아이는 불행하다. 아이는 구속감에 불행하고, 의존감 때문에 불행하며, 자율성을 상실한 결과 때문에 불행하다. 아이를 기르는 모든 엄마는 아이가 이러한 느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엄마가 해야 할 일이다. 엄마 AB, D는 딸 ab, d 앞에 놓인 상황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 생각 그리고 감정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딸들의 입장, 생각 그리고 감정을 먼저 고려해야 했고, 확인해봐야 했으며, 어떤 결과든 그들 스스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만 개입했어야 했다.

 

출처: 영남일보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70720.0102107463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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