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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미의 가족 INSIDE] 엄마의 병원적 실체
글쓴이
홍보담당
작성일
2020.10.30
조회
2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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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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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미의 가족 INSIDE] 엄마의 병원적 실체

 

  송유미 교수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교수

 

여덟 살 철수는 유난히 호기심이 많아서 기계나 컴퓨터를 보면 만지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었다. 주의는 조금 산만했고, 쉽게 자신의 행동을 고치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머리가 대단히 명석했고 호기심이 많은 것을 보아서 지능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철수의 엄마 A씨는 철수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아무 이유 없이 떼를 쓰고 정말 못 견디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지능도 너무 떨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철수를 너무 싸고돌아서 다 버려 놨어요. 이젠 너무 늦은 것 같아요라고도 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철수가 조금 유별난 데는 있지만, 엄마가 보는 것처럼 그렇게까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호기심과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고, 자신을 인정받게 만들 수 있는 행동을 학습하지 못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곧 커다란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바로 엄마의 관점 때문이다. 엄마는 철수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보고 문제 아이로 단정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철수는 엄마의 관점대로 자기 스스로를 쓸모없고,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라고 인정하고 엄마가 만들어 놓은 설계도에 맞추어 행동하고 있었다. 대상중심이론가 임종렬은 이 엄마의 관점, 즉 설계도에 대해 병원적(病原的) 실체라고 번역하기도 했다.

 

병원적 실체(delineation)는 가족 구성원이 한 사람을 환자로 인식하고 그렇게 묘사한다. 이러한 묘사가 반복되다 보면 그 사람은 결국 환자가 되어 버린다. 묘사한 대로 행동하고(적어도 가족 내에서는) 그것이 자신의 모든 속성인 양 스스로도 그렇게 인식해 가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대상관계이론에서 강조하는 전형적인 투사적 동일시형태이다.

 

 

 

"청소년에 대한 부모의 관점·이미지가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

부모의 왜곡된 시선 아이를 망칠수도

 

 

병원적 실체는 가족 내에서 희생양(scape goat)을 만드는 데 반드시 수반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심리적으로 취약한 가족 성원 중 하나가 타깃이 되고 그에게 나쁜 부분, 원하지 않는 부분을 반복적으로 묘사하여 실제 묘사된 대로 만들어 버린다. 청소년기 성격발달에 대한 연구에서 중요한 가설 중 하나는 청소년에 대한 부모의 병원적 실체이다. 이 시기에 부모의 병원적 실체가 중요한 이유는 청소년에 대한 부모의 관점 또는 이미지가 청소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심각한 정신적 병리를 겪고 있는 청소년의 부모들은 그 청소년에 대해서 현저한 왜곡과 불일치 그리고 모순을 포함한 병원적 실체를 가지고 있다는 학문적 증거들은 쌓여있고, 눈여겨보면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우울증으로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들과 엄마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자.

 

학교가 좋은 거야, 싫은 거야? 이제는 학교에 가는 게 싫어?”(엄마)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학교가 아니잖아요? 학교를 간다고 해도 제가 보기에 지금까지 해온 부정적인 방법에 지나지 않아요. 마치 제가 캠프 갔던 것처럼 억지로 가게 하고 억지로 놀게 하고 억지로 먹게 하고 무엇이든지 억지로 시키고 있잖아요.”(아들)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해도 공부하지 않는다면 아예 가지 않는 게 낫다. 너는 일 년을 낭비했어. 일 년 내내 말썽이었지.”(엄마)

 

이 짧은 대화에서도 아들에게 묘사된 엄마의 병원적 실체를 읽을 수 있다. ‘아들은 노력하려고 하지 않으며, 어떤 요구도 감당할 수 없다’ ‘아들은 시작해놓고 끝내지 않는다’ ‘아들은 학교에 적응하기를 희망하면서도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다등 엄마는 아들의 성공을 기대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아들이 실패해서 자신을 좌절시키고 성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염려도 들어있다.

 

 

출처: 영남일보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70831.010210800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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