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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미의 가족 INSIDE] 인생 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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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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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미의 가족 INSIDE] 인생 각본

 

사회복지학과 송유미 교수

 

출생 직후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이

어떻게 살라는 결정적 지시로 작용

사람들은 이런 각본 따라 행동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사람들은 나름의 답변을 품고 산다. “나는 바보다. 나는 잘하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하지 않는가” “나는 대단히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 내가 결정만 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도 나를 도와줄 것이다”와 같은 답들은 경험에서 짜였고, 결국 자기 인생 각본이 되어 버렸다.

 

인생 각본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인생 각본은 무언(無言)에서 시작된다. 유아는 마치 수신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일들, 안아준다든지 내동댕이쳐 놓아둔다든지 하는 경험을 통해서 모든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 표정을 읽고, 소리를 들으며 안아주는 것을 알게 되고, 이에 적합한 반응을 보인다. 안고 귀여워해 주는 사람에게는 웃음을 지어 보이고, 불안하게 한다든지 싫은 사람에게는 울음을 터뜨리며 반응한다. 아이들은 부모들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거나 사랑을 받지 못한다든지 했을 때는 실망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그렇게 환영받지 못하는 것을 인식하고, 자기는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존재라고 느낀다.

 

아이들이 맨 처음에 경험한 느낌은 그들의 인생을 통해서 가장 강한 인상으로 인생 각본에 반영되고, 그들이 맡아야 하는 배역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심리적 위치를 결정한다. 출생 후 몇 년 동안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이 아이들에게 성장 후 어떤 인간이 되라는 결정적인 지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언젠가 너는 유명하게 될 거야”라든지 “너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다”라든지 “네가 없었으면 우리는 한결 나았을 텐데”라든지 하는 메시지를 받은 아이는 성장을 통해서 결국 부모가 말한 대로의 인간이 되어버린다. 직업의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저 애는 직업을 갖고 살기 틀렸다”든지 “너는 훌륭한 변호사가 되겠다”든지 해서 성장 후 그렇게 되는 수가 허다하다.

 

부모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아이들의 삶과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해” “이런 겁쟁이 네가 어떻게 남자가 되겠니” “그렇게 말괄량이 짓을 하면 남자들이 다 도망가겠다” “결혼은 인생의 함정이야. 바보들이나 그런 함정에 빠지지” 등등.

 

또한 사람들은 생활의 여러 방면에 걸쳐 각본 같은 메시지를 자녀들에게 보내기도 한다. “너는 ○○대학을 가야해” “너는 꼭 십계명을 지켜라” “운동을 하면 건강에 좋다” 등등. 그러나 정확하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 이런 비현실적인 메시지는 실패와 속수무책의 감정을 낳는다. 예를 들어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를 원하면서도 이와 어울리지 않게 배려가 없고, 때를 맞추어 주지 않고, 교육을 시켜주지 않고, 지적 능력을 길러주지 않고, 자금을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기대에 합당한 결과를 보여줄 수가 없다.

 

무엇을 말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때로 부모들은 말을 이렇게 하면서도 행동은 저렇게 하는 때가 많다. 그래서 부모들은 진실이 아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된다.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도 화가 난 목소리로 한다든지, 무표정한 상태로 한다든지 했을 때는 사랑이 아닌 비난(?)을 대신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다.

 

모든 사람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짜이기 시작해서 계속 짜이고 있는 인생 각본에 의해 행동한다. 어렸을 때부터 짜인 각본에 의한 행동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이 마치 자기 자신의 의지에 의한 행동이라고 믿고 있다. 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환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환상이 사람들로 하여금 정직하게 살도록 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하며, 스스로를 위대하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반면에 잘못 짜인 인생 각본에 따라 정정의 필요성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실패자로 끝나는 삶이 너무나도 많다.

 

출처: 영남일보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70413.0102107534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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