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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미의 가족 INSIDE] 갑판을 청소하라
글쓴이
홍보담당
작성일
2020.08.28
조회
27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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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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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미의 가족 INSIDE] 갑판을 청소하라

송유미교수
송유미 사회복지학과 교수

 

자신의 모든 부끄러운 결함 살피면서

결혼생활에 작용할 역동성을 알아야

생활 속 행복에 성큼 다가설 수 있다

 

출항하는 선박에 주어지는 명령 가운데 갑판을 청소하라라는 게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데 방해가 될 만한 것들을 미리 처리함으로써 특정 행사나 활동에 대비하라는 의미다. 이 명령이 내려지면, 선원들은 배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될 만한 도구, 밧줄 또는 다른 장비들을 치워야 한다. 갑판 위에 잡동사니들이 어질러져 있거나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물결이 거셀 때 걸려 넘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며칠 전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신랑신부 둘 다 마흔이 넘은 지라 몹시 급했던 모양이다. 한두 달 연애 기간을 거치는 듯하더니, 급행으로 식을 올리게 되었단다. 상담을 하거나 교육을 하다 보면 가끔 듣는 얘기가 있다. “좀 더 사귀어보고 결혼을 했어야 했어요. 너무 빨리 했어요.” “남편이 이런 사람인 줄 알았더라면 결혼하지 않았어요.

제 인생 최대의 실수예요.” 이런 이야기의 공통점은 결혼을 급히 서둘렀다는 것이고, 나중에 후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인 부부는 나이가 있으니 잘 헤쳐나가리라 믿지만, 걱정도 밀려왔다.

 

주변에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거나 과거에 얽매이게 하는 것들을 잔뜩 들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중 결혼으로 탈출을 시도했던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으로 판명되곤 한다. 청춘 남녀들이 결혼 전에 갑판을 청소하지 않은 채 결혼을 강행한 뒤 갑판 위에서 발이 걸려 넘어져 부상을 입기도 하고, 배 밖으로 떨어져 바다에서 실종되는 것처럼 결국 최후를 맞이하기도 한다.

 

결혼 생활은 연애와는 달리 배우자의 결점들을 부각시켜 보여준다. ‘결혼하기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결혼한 후에는 한쪽 눈을 감아라는 외국 속담은 이 점을 감안한 것이다. 결혼에서 참고 인내하는 것보다는 철저히 준비하는 게 훨씬 현명하다. 결혼을 항해하다가 돛이 찢어진다든가, 짐칸에 물이 샌다든가, 밧줄이 닳아서 너덜너덜해지는 절망적인 상태에 빠지기 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평소 내면의 감정 정리가 필요하다. 자신이 관계하는 패턴 또한 알아야 한다. 평소 자신이 직면하는 감정은 무엇이며 어떻게 처리해 왔는지, 그 감정은 주로 누구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지, 또 그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가고 있는지를 점검해보아야 한다. 결혼과 동시에 신랑신부는 각각 배우자와 배우자 가족과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과거 자신의 양육자를 포함한 원가족과의 관계 패턴이 반드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과거 자신의 양육자와의 관계나 원가족과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방치한 채 결혼하는 것은 배 밑바닥의 새는 부분을 임시방편으로 막은 채 출항을 하는 것과 같다. 당장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지만, 결혼 생활 중 압력이 커지면 문제가 불거지게 되어 있다. 한 달 전 상담 받은 30대 후반 부부도 그랬다. 부인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남편이 연애기간 몇 달은 지극정성으로 매달리더니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함부로 대한다는 것이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남편도 부인도 원가족과의 관계 패턴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부부는 결혼한 지 겨우 몇 주 만에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고, 서로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로를 변화시키려고 애쓰기 시작했지만, 행복을 기대했던 가정은 고집 센 두 사람의 전쟁터로 바뀌었다.

 

결혼에 앞서 갑판을 청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나아가기 전에 반드시 다뤄야 할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모든 부끄러운 결함들을 꼼꼼히 살피면서 결혼생활에 작용할 역동성을 알아야 결혼생활이 행복에 성큼 다가설 수 있다.

 

 

출처: 영남일보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70608.01021075553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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