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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미의 가족 INSIDE] 엄마는 바다다
글쓴이
홍보팀
작성일
2020.11.13
조회
2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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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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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미의 가족 INSIDE] 엄마는 바다다

송유미교수
대구사이버대학교 송유미 교수

자녀의 성공과 성취를 위한

엄마의 지나친 관심과 과잉보호는

오히려 자식의 인생을 망치게 한다

 

옛날에는 여자들이 까막눈이어도 자식은 잘도 낳고 잘도 키웠는데, 이제는 너무 많이 배워서 결혼도 하지 않고 결혼해도 애도 안 낳는 거 아닙니까. 또 젊은 엄마들은 지들 욕심에 아이들을 공부하라고 다그치고 혼내고 고함지르고, 결국은 여자가 많이 배웠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많이 배울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교수님.”

 

며칠 전 어느 교육장에서 필자가 엄마의 역할에 대해 강의를 하던 중 60대 남성분이 자기 의견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이의를 제기했다. 요즘 양성평등과 여성의 교육 신장 등으로 인해 현대사회에 가족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대부분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두세 번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교육 분위기가 흐려져 문답을 끊고 강의를 이어갔다. 강의를 마친 뒤 그는 질문을 던지며 말을 걸어왔다. 그는 시대착오적이고 복고적인 가족관을 가지고 있었다. 가족문제에 관한 한 옛날이 좋았어라는 식이었다.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웠고 길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었다.

 

그렇지만 헤어질 무렵, 그가 던진 엄마가 많이 배우니까 아이들이 더 힘들고 괴롭지 않느냐는 멘트가 인상 깊었다. 엄마가 가슴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자식을 키워야 하는데, 요즘 엄마들은 많이 배웠기 때문에 차가운(?) 지성으로 아이들을 통제한다는 지적이었다. 엄마의 욕심에 따라 자식의 성공을 빌미로 자녀들에게 선행학습을 시키고 영어학원으로 수학학원으로 맴돌게 한다. 자녀의 성공과 성취를 위한 엄마의 지나친 관심과 과잉보호는 오히려 자식의 인생을 망치게 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일명 헬리콥터 맘은 자녀의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하루 종일 뱅뱅 맴돌며 지나치게 걱정하고 간섭하고 챙겨준다. 숙제와 시험 고민, 친구와의 갈등까지 알아서 척척 해결해준다. 이는 엄마 자신의 불안과 공허감 때문에 아이에게 간섭을 하는 것이며 당연하다는 듯 아이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엄마 마음대로 통제한다.

 

예전에 상담했던 45세의 엄마 A씨는 정서적 불만족 때문에 이성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타입이었다. 1과 중3 두 자녀를 둔 A씨는 저는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한 불만에서 벗어나기 위해 늘 노력한 것 같아요. 석사학위를 받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시 박사학위를 받으면 직장을 찾을 것 같아 노력했어요. 또 결혼만 하면 사랑받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결혼했어요라고 했다. A씨는 또 아이를 낳고서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잘 양육하기만 하면 그것이 내 인생에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아이들에게 올인했다고 했다. 보다 빨리 보다 많이 시켜서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어 했고, 옷이나 구두 등도 다른 아이보다 더 세련된 것으로 무장하고 싶어 했다. A씨는 자기 내면의 정체성 결핍과 자신에 대한 수치심에 따라 목표를 추구해 온 셈이었고, 그것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투사되면서 자신의 내면의 범위 내에서 아이들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요즘 필자의 강의를 듣는 엄마들은 대개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다. 대학을 나왔거나 석·박사학위를 가진 엄마들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춥고 무더운 환경을 제공해줬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곤 한다. 엄마의 의도대로 아이를 만들기 위해 냉정하게 키우고 화를 잘 내고 소리를 잘 지른다.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시원한 마음을 제공해주는 봄과 가을 같은 날씨가 아니라 뜨거움과 무관심을 제공해주는 여름과 겨울 같은 날씨다.

 

시인 문무학의 시 바다가 떠오른다. ‘바다가 바다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받아주기 때문이다// ‘괜찮다’/ 그 말 한마디로/ 어머닌 바다가 되었다//

 

우리들의 어머니가 위대한 것은 괜찮다하시며 그냥 다 받아주시는 바다이기 때문이다. 칭얼거림도 짜증도 너른 품으로 받아주는 엄마는 바다다.

 

출처: 영남일보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71102.01023075253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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