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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송유미의 가족 INSIDE] 엄마와 아이, 악어와 악어새
글쓴이
홍보팀
작성일
2021.01.08
조회
36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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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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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미의 가족 INSIDE] 엄마와 아이, 악어와 악어새

 

엄마품에서 너무 일찍 떨어진

대한민국 아이들의 마음

괜찮은지 걱정된다

 

송유미 교수 
대구사이버대학교 송유미 교수

엄마 품을 떠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36개월 이하의 영아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08년 말 돌이 되지 않은 만 0세 영아의 이용률이 10.6%, 1세가 35.9%, 2세가 55.8%에 불과했으나 매년 급증해 2012년 말 0세가 19.0%, 1세가 68.3%, 2세가 83.5%에 도달했다. 이후 매년 조금씩 상승해 2016016.9%(75천명), 172.5%(318천명), 287.8%(386천명)로 상승했다. 생후 36개월 동안은 성격이나 무의식이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평생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때 형성된 정신적 문제는 치료를 하더라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작년 말 대구시 동구 학부모를 위한 특강을 한 다음, 즉문즉답 시간에 초등학교 자녀를 둔 40대 엄마가 마이크를 잡았다. “제 아이가 6학년이에요. 저학년 때 틱 장애를 앓았죠. 눈도 깜빡깜빡하고, 코도 찡그리고. 그거 때문에 전국을 다니며 부모교육이란 교육은 죄다 받으려 했고, 지금은 교수님 교육까지 받으러 온 거예요. 아이가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아직도 혼자 잠을 못 자요. 큰 고민이에요.”

 

이후 상담을 통해 아이는 일찍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생후 13개월쯤으로 기억했다. 아이를 맡기고 돌아서려 하면 안 떨어지려고 하고, 품에서 떼어내려 하면 금방 넘어갈 것처럼 자지러지게 울었다. 아이는 야간 어린이집까지 다녀야 했다. 당시엔 한 곳을 갔다 와서 엄마한테 잠시 안겼다가 다시 밤 10시까지 야간 어린이집에 다녀오는 형태였다. 서너 살까지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비장이 파열되는 사고가 났고, 서울의 큰 병원 중환자실에 한 달 정도 입원도 했다. 그 후 엄마는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컸고, 모두 자기 탓인 것 같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제정신이냐고 할 정도로 늘 아이만 따라다녔다. 그게 초등 6학년까지 와버렸다고 한다.

 

아이에게 생후 13개월쯤은 발달단계상 공생기에 해당된다. 이 시기에 엄마와 아이는 완전히 밀착된 관계여야 한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말이다. 악어와 악어새는 이빨에 끼어 있는 음식을 쪼아 먹고 이빨 청소를 받고 하는 관계라기보다 서로가 서로의 생명을 맡기고 있는 관계라고 보는 것이 옳다. 만약 악어의 천적이 나타나면 악어새는 악어에게 천적이 나타났다는 것을 소리 내어 알린다. 이때 악어는 곧 물속으로 잠입하여 생명을 보호한다. 반면에 악어새에게 천적이 나타나면 악어새는 악어 입 속으로 들어가 생명을 보호 받는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생명을 보호해 준다. 이러한 관계를 공생관계라고 한다. 엄마와 아이도 공생관계인 것은 엄마와 아이가 생리·심리적으로 서로 없어서는 안 될 관계이기 때문이다. 공생기에 아이가 엄마와 충분히 밀착되어 자랐다면 아이는 엄마로부터 충분히 보호받고 지지받았다고 느낀다. 그것이 사랑이다. 이것은 앞으로 엄마로부터 분리되고 개별화되는 데 쓰일 필수 연료가 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 엄마와 충분히 밀착되지 않아서 보호와 지지를 받아본 기억도 느낌도 없다. 그들의 연료창고는 늘 비어 있고, 비어있는 만큼의 위협을 느낀다. 그래서 그것을 채워야만 한다. 채우는 방법이 참 안타깝다. 갓난아이처럼 달라고 보채거나 징징대거나 집착하거나 아니면 아예 마음을 닫아버린다. 성인이 되어도 그렇게 한다. 그랬을 때 어김없이 돌아오는 것은 외로움이고 공허함이고 무력감이다. 이것은 애초에 엄마로부터 받았던 느낌 그대로이다.

 

앞서 소개한 아이가 엄마와 떨어질 때 자지러지게 울었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고 엄마와 떨어져야만 하는 그 상황이 극도로 불편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엄마가 자신을 걱정하고 옆에서 지켜주어야 하는 소망이 틱장애로 온 것이고, 틱장애가 가시니 엄마가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아이가 된 것이다. 엄마 품에서 너무 일찍 떨어진 대한민국 아이들의 마음, 괜찮은지 걱정스럽다.

 

 

출처: 영남일보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80208.0102308404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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