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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양교수]영남일보칼럼기재(7.31일자)
글쓴이
담당자 dance518@hanmail.net)
작성일
2006.08.01
조회
435
게시글 본문
 ▷날 짜: 2006년 7월 31일(월)

 ▷주 제: 친구의 행복

 ▷칼럼바로가기

 
[문화산책] 친구의 행복

어제는 모처럼 고향친구를 만났다. 친구들과 개울에서 물장구치며 멱 감던 일이며, 물이끼가 낀 돌 아래 숨어있는 피라미를 잡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몇 번이나 헛손질을 하며 용을 쓰던 기억이며, 여름밤에 모깃불 피워놓고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구미호 이야기 때문에 오줌을 참느라 발을 동동 구르던 일 등 옛 이야기를 오랜만에 나누었다.
이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지키며 농사일을 하고 있는 친구이다. 검게 탄 얼굴을 보아 농사일의 고됨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한 잔 두 잔 술잔을 기울이며 근황을 물어보았다. 각박한 농촌의 현실을 알고 있는 터라 별다른 기대 없이 건넨 인사말이었다. 그러나 친구의 말이 너무나 뜻밖이어서 난 한동안 머릿속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농촌에 사는 무의탁 노인들을 모시고 싶다는 것이었다. 주섬주섬 신문기사며 양로원에 관한 안내책자를 내놓으며 자신의 결정을 지지해 주고 방법도 알려 달라는 눈치였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많은 나는 무의탁 노인을 모시고 싶다는 친구의 결정에 의구심이 들었다.힘든 농사일을 하며 어떻게 그분들을 도울지 물어보았다. 친구의 대답은 너무나 간결하였다. 내 부모님처럼 모시면 가능하지 않겠는가라는 것이었다. 이 간결한 대답 또한 내 머리를 내리치는 말이었다. 친구는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친척들과 동네분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성장하여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친구다. 간결한 대답이지만 결코 한순간의 호기에서 나온 결정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아이를 입양하듯이 무의탁 노인을 개인이 모실 수 있는 여건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만큼 그 부분에 대한 제도적인 대책 마련이 미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령화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제도적인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개인이나 제도적 차원에서의 정책 실행이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일이 되어 노인들이 적어도 기본적인 생활 정도는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의 애처로운 모습은 곧 우리 자신의 미래이기도 하다는 걸 우리는 망각하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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