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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교수]부산일보 수영만 적신 개막작 '가을로' 리뷰
글쓴이
담당자 behavior@dcu.ac.kr)
작성일
2006.10.20
조회
356
게시글 본문
 [일     시] : 2006년 10월 13일

 [내     용] : 부산일보
수영만 적신 개막작 '가을로' 리뷰

                              
                                     수영만 적신 개막작 '가을로' 리뷰


이 가을… 그리움을 향한 여정

스크린 가득 가을 내음 '결 고운 엽서같은 영화'

스토리 힘 약해 아쉬움


  종종 많은 영화에서는 인생을 계절에 비유한다. 오즈 야스히로의 '늦은 봄'은 기실 혼기가 꽉찬 딸을 시집 보내지 못하는 아버지의 속내를 담았고,허진호의 '봄날은 간다'에서는 청춘의 대낮,환한 연애담이 스러져간다. '가을로'는 이러한 멜로 드라마의 연장선상에서 상실과 치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겨울이 가기 직전의 계절,스산한 찬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이 황홀한 스러짐의 계절은 깊은 상처를 지니고 묵묵히 밑바닥의 찬 기운을 감내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이상하리만큼 닮아 있다.


  현우는 대학시절부터 사귀었던 약혼자 민주를 삼풍 백화점 사고로 잃었다. 현직검사가 된 그는 10년이 지나도 그녀를 잊지 못한다. 민주가 가장 사랑했던 웃음을 잃은 그. 맡고 있는 불법 분양사건이 외압으로 수사가 흐지부지되고,언론이 들고 일어서자 그는 정직 처분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민주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한권의 노트. 민주와 현우의 신혼여행이라 쓰여진 노트속의 여행길을 현우는 그대로 따라가보기로 한다.


  임권택 감독의 조 감독으로 오랜 도제 생활을 한 김대승 감독은 관객의 눈높이에 더도 덜도 모자람없는 편안한 호흡을 이끌어낸다.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든 여행길에서,현우는 민주를 아는 또 다른 여자,세진을 만나면서 비로소 민주의 시간에 자신의 시간을 겹칠 수 있게 된다.


  과거 여행길에 민주가 떠나보낸 단풍잎이 다시 현재 여행길의 현우의 손에 닿는 등, 과거와 현재가 나란이 동거하는 편집으로,감독은 민주와 현우와 세진의 손에 엮여 있는 인연의 실타래를 차분히 풀어낸다. 시간과 기억의 접힘을 통해,사실은 늘 현우가 민주와 함께 있었음을,부재의 그릇 속에 존재의 그리움이 꽉차 있었음을 넌지시 깨닫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가을 여행의 충동을 통해 사랑의 기억에 대한 회고조의 센티멘털리즘을 녹여내는 것을 넘어선,깊고 맑고 여운이 감도는 내면 여행의 길은 '가을로'에서 그리 분명치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혈의 누'에서 번득였던 다듬고 다듬은 것 같은 스토리와 캐릭터의 힘이 '가을로'에서는 많이 약해졌다. 결 고운 엽서 영화. 영화를 보고나니 한 순간에 무너지는 도시 정글의 시멘트 성을 지나,온갖 유기체의 내상을 차분히 보듬어주는 동강과 불영사와 월정사의 참나무 숲속으로 몸을 뉘고 싶어진다. '가을로'의 미덕은 여기까지이다. '봄날은 간다'에서 환하게 번져나가던 유지태의 솜사탕같은 미소도,'가을로'를 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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