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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교수]한국경제 한경에세이 - 내가 사랑하는 것들
글쓴이
담당자 behavior@dcu.ac.kr)
작성일
2007.04.12
조회
207
게시글 본문
[일          시] : 2007.04.11

[내          용] : 한국경제 한경에세이 - 내가 사랑하는 것들 

  구멍난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대기업 특강 때도 입고 나갔으면….밤 새운 뒤 친구들과 함께 욕망을 담아 건배하며 마시는 포도주 한잔.수많은 상표를 외울 수는 없지만 '신은 물만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도 만들었다'는 빅토르 위고의 말이 절로 생각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마당에 떨궈진 신문 냄새.갓 구운 빵 냄새처럼 활자에서 풍겨 나오던 잉크 냄새.세상에 한걸음 다가갈 상쾌한 아침을 밝히는 전령으로,이제는 좀처럼 가질 수 없는 마당,집,커다란 백구와 백구가 좋아했던 신문 한 장.

  세 번째 아이.아무리 생각해도 남편을 닮았을 것만 같은 연꽃 같은 아이 하나.

  헤설피 꿈에서도 아이 갖는 꿈을 꾸고,남편에게 졸라도 보지만,그러면 결국 핏덩이를 키우는 홀아비가 될 거라며 말리는 통에 늘 꿈만 꾸는 아이 하나.

  20세기 폭스사의 로고와 음악들.어린 나에게 20세기 폭스사의 음악이 시작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신나는 일이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나는 지금도 극장 의자에 앉아 20세기 폭스사의 로고송만 들으면,왠지 붕 날아올라 3류 극장의 천장 좌석까지 떠오를 수 있을 것 같다.

  브람스의 교향곡.1번부터 4번 모두.처음엔 모차르트였고 그 다음엔 베토벤이었지만 들을수록 포근해지는 것은 근엄한 외관 뒤에 스코틀랜드 안감을 덧댄 것 같은,들을수록 맛이 배어 나오는 브람스 음악이 최고다.

  이성복의 시와 파스칼 키나르의 소설들.둘 다 그 비경의 언어에 황홀해지다 그런 글을 쓸 수 없다는 사실에 까무러치게 속상하다,마침내 거무스레하게 외로워지는 내 영혼의 등불 한 점.

  차가운 겨울 밤에 골목길마다 울려 퍼졌던 청포묵 장수의 외침과 대낮 뽀얀 공기 속을 떠돌던 머리카락 사라던 아주머니의 외침.머리 위에 동그마니 얹어졌던 그 시루그릇 속에 오롯이 담긴 땀 냄새가 정겨웠던 골목길의 풍경들.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아득하고 아늑한 유년의 아랫목 소리.

  우디 앨런의 영화 '맨해튼'을 보면 귀여운 우디가 긴 의자에 누워 녹음기에 대고 세상을 살아가게 할 만한 것들에 대해 중얼중얼 독백을 한다.

  모차르트의 주피터 교향곡,프로베르의 소설과 세잔의 정물화.그리곤 그가 사랑하는지조차 깨닫지 못했던 소녀 트레이시의 얼굴을 떠올리며,그녀를 만나러 황급히 달려 나간다.

  봄이다.

  행복하기 좋은 계절.행복은 행운이 아니므로.로또복권 당첨 같은 행운의 광풍에 휘말리기보다 땅 밑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아지랑이 같이 작은 것들,나를 살아 버티게 해주는 것들,내가 사랑하는 것들.그것을 찾으러,지금 여기 '시간'을 사냥하러 나가야겠다.

                                                                                                                                       - 심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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